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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시다 슈이치 [퍼레이드] 2005-03-11 출판

yumyum0108 2023. 1. 25. 16:55

이미지 출처: 알라딘

 

내가 주인공이 아닌 연극에서 나는 어떻게 보일까?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공부할 때 읽는 책, 쉬고 싶을 때 읽는 책으로 나뉜다. 그리고 그 안에서 또 세부적으로 나뉘게 되는데 쉬고 싶을 때는 소설을 읽는 편이다. 대학 때 에쿠니가오리를 필두로 해서 일본 소설이 엄청 유행했었는데, 뭔가 나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그때 당시 유행했던 일본 소설들이 한국 소설에 비해 가볍게 읽히는 면이 있었다. 한국 소설은 읽고 분석하고 하려고 해서 더 머리가 아팠을지도 모르겠고, 일본 소설 중에서도 내가 그런 가벼운 소설을 주로 찾아 읽기도 했다. 그런데 또 글이 가볍게 읽힌다고 해서 메시지가 가벼운 것은 아니므로, 빨리 읽고 여운을 길게 느낀 책들도 많았다. 시험 기간에 시험이 끝나면 도서관에 가서 이런저런 일본 작가들 책을 다 뽑아서 쌓아 놓고 읽다가 자다가 했는데 이 책도 그 시절 발견한 책 중 하나이다. 사실 요시다 슈이치 소설 중엔 더 유명한 소설도 많지만 나는 이게 가장 마음에 들어 책을 사서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휴가 갈 때마다 들고 가기도 한다. 책 소개를 처음 봤을 땐  젊은 남녀 다섯 명의 경쾌한 동거이야기라고 해서 뭔가 일상의 잔잔함을 보여 주는 소설이려나? 했는데 사실 그 끝에는 나름 무서운 반전이 있었다.

 이 소설이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챕터마다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기 때문인데  모든 사건이 다 이어지지는 않아도 각자의 챕터 안에 다른 등장인물이 나와 그 부분이 재미있었다. '내'가 주인공으로서 어떤 것을 보고 서술할 때와 '타인'이 주인공일 때 나를 보면서 생각하는 것의 간극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주관적이 될 수밖에 없는지라 항상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는데 내 주변 사람들이 날 보면 어떤 느낌일까? 같은 일이 있어도 느낌이 많이 달라지겠지? 이런 생각을 해 볼 수 있게 한다. 

 

 속마음을 털어 놓고 싶지는 않지만, 상대에게 괜찮은 사람이고 싶은 사이 

 스기코토 요스케, 오코우치 고토미, 소우마 미라이, 고쿠보 사토루, 이하라 나오키 이 다섯 명의 남녀들은 방 둘에 거실 하나짜리 아파트에서 우연히 같이 살게 된다. 다섯 명의 인물들은 겉으로는 서로의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친밀하게 지내지만 속마음은 다르다. 내일 당장 헤어지더라도 섭섭하지 않을 사람들이라고 서로를 여긴다. 그런 관계 속에서 정말 자신의 속내를 보여 주기보다는 다른 사람과의 원만한 생활을 위해 다른 사람이 바라는 모습을 만들어 생활을 한다. 그러던 중 사건이 발생하는데 마지막 챕터에서 그 사건의 반전이 밝혀질 때까지 손을 떼지 못하고 계속 읽게 된다. 어떤 서평에서는 작가가 이 소설을 통해 현대 젊은이들 사이의 의사소통 부재와 고립 현상을 말하고자 하며 희망이 없(다고 여기)는 삶을 보여 주고자 했다고 하던데 같이 한 집에 살면서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의사소통은 잘 되지 않는다. 또 개개인의 속마음은 다르고 그걸 이해받고자 밝힐 생각도 없으며 서로를 이해하지도 못한다. 함께 있지만 개개인은 고립되어 있다. 현대의 인간관계를 잘 보여 주는 것 같다. 뭔가 어렸을 때를 생각해 보면 그때는 '이웃'이라는 개념이 더 정겹고 무엇이든지 함께 한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요즘 생각해 보면 정말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학교 다닐 때는 모든 고민을 털어놓았던 친구라고 해도 사회인이 되면서 나의 부족한 부분이 드러나는 것도 조심스럽지만, 나의 이야기가 타인에게 부담이 될까 봐 말을 아끼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배우게 된 지식과 의사소통 기술로 웃으면서 타인을 대하고 일하는 데나 생활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사실 현대인들은 더 외로움과 고립을 느끼고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 혹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작가는 '퍼레이드'라고 표현을 한 것 같다. 한 줄로 서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으로 누구도 줄에서 이탈하려고 하진 않지만 퍼레이드는 어디까지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꾸민 모습일 뿐이지 자기 실제 모습은 아니니까. 뭔가 씁쓸하지만 또 일상생활에 치인 현대인들의 모습으로 익숙하기도 하다. 나를 다 보여 주고 싶지는 않지만, 나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좋은 인상을 가졌으면 좋겠다. 나 역시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도 웃는 얼굴로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