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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진실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영화 <메기> 2019년 9월 26일 개봉_스포 있음

yumyum0108 2023. 1. 24. 14:30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독립영화는 왠지 재미없을 것 같다는 편견

 내가 바로 이런 편견을 가진 자였다. 주로 상업 영화 중에서도 블록버스터나 실화 기반에 출연진이 유명 배우로 짱짱한 영화들을 선호해 왔던 터라 독립영화라고 하면 왠지 저예산에 재미도 없을 것 같고, 뭔가 어렵고 현학적인 영화만 있는 것 아닐까? 하는 편견을 참 오래도 갖고 있었다. <메기>를 보게 된 것도 사실 처음에는 영화보다 무대인사에 더 관심이 있었는데, 당시 가입했던 영화 동호회에서 <메기>를 보러 가자며 무대인사가 있다고 했다. 나는 본래 영화를 보기 전에 뭘 찾아보지 않는 편인데 천우희 배우가 나온다는 소리를 듣고 <써니>에서 너무 연기를 인상 깊게 봐서 배우 천우희를 보겠다는 생각으로 같이 보러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웬걸. 천우희 배우는 <메기>의 '메기' 목소리로 나오는 역할이었다. 얼굴은 한 번도 나오지 않는다. 영화 다 끝나고 나서야 이걸 알았지만, 그날 이 영화가 나에게 준 충격은 꽤나 컸고, 이옥섭 감독을 보고 감독과 감독이 가진 이야기의 매력에 빠져들어 그날부터 2*9의 덕질을 시작하게 되었다. 독립영화는 재미없다고? 아니다. 너무 재미있었다. 극장에서 그렇게 실제로 웃음이 빵빵 터졌던 것도 오랜만이었고, 시종일관 다음을 알 수 없는 이야기에 톡톡 튀는 색감의 배경, 그리고 찰떡같이 잘 맞는 OST까지 왜 내가 그동안 이딴 쓸데없는 편견을 가지고 독립영화를 대했나 반성하게 되었다.  이래 저래 해석을 해 보면서 다른 사람들의 해석도 듣고 싶어서 인터넷을 찾아보고 감독의 생각은 어땠을까 싶어 <메기> GV를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정확히 세 보지는 않았지만 10번은 넘게 봤을 텐데 그래도 또 보면 웃음 포인트가 달라지는 영화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열네 번째 인권 영화 프로젝트라는데 인권 영화가 이렇게 신선할 수 있다는 걸 새삼 또 느꼈다. 

 

아, 제 소개가 늦었네요. 저는 메기입니다.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아이나 동물의 관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을 더러 봐 왔지만, 이번엔 메기다 메기. 메기라는 물고기를 사람들이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바다 생물에 별로 관심이 없기도 하지만 왜 하필 메기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봤다. 이 영화는 마리아 사랑병원의 수조에 있는 '메기'의 관점에서 진행된다. 마리아 사랑병원에서 민망한 엑스레이 사진이 한 장 발견된다. 병원에서는 이 엑스레이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엔 관심이 없고 찍힌 사람이 누군지를 찾기 위해 사진을 공개적으로 걸어 두고, 주인공인 간호사 '윤영(이주영)'은 자신과 남자친구 '성원(구교환)'의 사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윤영은 병원을 그만두기로 하고 성원과 함께 사직서를 쓰고 다음 날 출근을 하는데 부원장 '경진(문소리)'은 거의 그만두라는 강요를 돌려 말하면서 뒷문으로 나가라고까지 훈수를 둔다. 여기에 윤영은 마음을 고쳐 먹고 계속 다니기로 하는데.. 그 뒤 몇 가지 사건들을 통해 이 영화는 계속 누군가를 믿을 것인가, 믿지 않을 것인가를 보여 준다. 윤영이란 인물은 누군가를 믿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믿지 않았을 때 결과가 더 좋은 것을 경험하기도 하고 남자 친구인 성원과의 관계에서도 믿음이 배신당하는 결말을 맞이한다. 과연 절대적 진실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거짓에 배신당해도 사람을 믿는 것이 좋은 것일까? 영화를 보면서는 혼란을 겪게 되었다. 과연 감독이 의도한 것은 어디까지일까? 실제로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정말 충격을 받았는데 그렇게 스윗하고 윤영이만 생각했던 성원이가..? 이런 생각에서 멈춘 채로 엔딩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다. 이옥섭 감독의 인터뷰 한 구절에 따르면 "어떻게 믿음이 쌓이고 깨지는지, 또 어떻게 다시 조합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 주고 싶었다."라고 하였다. 처음 봤을 때는 혼란스러웠지만 결국 그걸 판단하는 것은 나의 몫이고, 이 세상에는 절대적인 진실이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 한 마디 변명도 못하고 싱크홀로 떨어진 성원

 윤영은 성원을 계속 의심하며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질문을 할까 말까 계속 고뇌하다 드디어 결심을 한다. 그리고 돌직구로 물어봤다. 처음에는 성원이가 마지막에 너무 아무렇지 않게 긍정의 대답을 한 후 바로 싱크홀로 떨어져버려 당황했다. 성원이가 정말 저런 인물이었다고? 앞의 내용까지는 성원에게 공을 엄청 들인 것 같은데 이렇게 바로 싱크홀로 보내 버린다고??라는 생각에 충격이었는데, 나중에 이옥섭 감독의 말을 들어 보니 변명할 여지조차 주고 싶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긴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고 본인이 그랬다고 자백했는데 거기에서 무슨 말을 들어도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의 항변뿐일 테니까. 이 영화는 영화 곳곳에 사회적으로 생각해 볼 만한 요소들에 대해서도 넣었는데 첫 장면에 나온 엑스레이는 허락받지 않은 몰카를 떠올리게 했고 부당한 해고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며 재개발 구역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이 나오고, 데이트 폭력에 대한 것도 다루고 있다. 너무 무겁지 않게 다루려고 한 듯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면 그런 문제들에 대해서도 한 번씩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나는 괜찮은 사람인가? 다른 사람들이 믿을 만한 사람인가?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해 보게 된다. 감독과 배우가 이런 것까지 의도했는진 모르겠지만 생각이 많아지는 영화였다. 이옥섭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는데 장편 영화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활발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재미있는 영상들이 많지만 역시 제일 충격적이었던 것은 <로미오: 눈을 가진 죄>였다. 앞으로도 이옥섭*구교환 감독, 배우가 좋은 작품을 많이 보여 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