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다음 영화
한반도의 오래된 비극, 남북분단. 우리는 적인가 동지인가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한과 북한이 한 나라였다가 6.25 전쟁으로 인해 분단이 되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북한에 대한 인식은 아주 몹쓸 공산주의 국가에서부터 우리가 함께 걸어가야 할 (원래는 하나인) 형제 국가로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데, 어쨌든 전쟁은 휴전 상태이고 서로의 이념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그 인식이 일관되게 좋을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어렸을 때는 '통일은 꼭 되어야 한다. 언젠간 될 것이다'가 남북 관계의 주요 기조였는데 갈수록 통일이 꼭 되어야 한다는 의견보다는 각자 체제대로 살면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낫지 않냐는 의견도 많아지는 것 같다. 이산가족분들의 고통이나 북한 사람들의 생활고, 경제적인 이점 등을 보면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생각해 보면 선뜻 답이 나오지 않는 문제이다.
가깝지만 또 먼 나라다 보니 북한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르겠고 궁금한 부분도 있다. 그래서 그렇겠지만 남북 관계를 다룬 영화나 드라마, 책 등 여러 매체들이 있는데 한때 새터민 교육에 관심이 있어 그런 매체들을 찾아보았다. 대부분 항상 나오는 딜레마가 있다. 우리는 적인가 동지인가. 휴전국가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적이지만, 또 한편으론 한민족이 아닌가. 이 영화도 이런 딜레마에서 시작된다.
생존의 위협 앞에 하나가 된 남과 북
지금은 한국이 북한보다 경제적으로 발전했지만, 6.25 전쟁 직후에는 북한의 경제 상황이 더 나았다는 자료들이 있었다. 전쟁할 때도 탱크 같은 무기가 북한이 더 우월했다고 하니 한국의 발전이 새삼 놀랍기도 하고 남북 모두 상대보다 잘 살아남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을 것이다. 그 치열한 경쟁 속에 UN 가입 문제가 있었는데 영화에서 배경으로 나오는 1991년엔 대한민국이 UN에 회원국으로 가입을 아직 못했던 때였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한국은 국제 사회의 인정을 받기 위해 UN가입을 시도하는데 UN 회원국의 투표로 가입 여부가 결정되어 소말리아의 한 표가 절실했던 상황이었다. 북한도 소말리아의 표가 필요하여 양국은 외교 총력전을 펼친다. 당시 북한이 한국보다 아프리카 국가들과 먼저 외교를 시작하여 북한이 좀 더 유리한 상황이어서 한국은 다소 불리한 상황에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말리아는 소말리아 나름대로 문제가 있었는데 후에 내전이 되는 시민 시위가 시작되고 있었다. 영화는 이런 배경에서 시작된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한국의 한신성 대사(김윤석)와 안기부 출신의 강대진 참사관(조인성)을 주축으로 하여 대사관 관련 인물들이 한국을 홍보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한참 한국을 홍보하던 시기, 바레 독재 정권에 대한 불만으로 소말리아 내에서 시민 시위가 펼쳐지면서 전기와 같은 자원부터 연락 수단까지 끊기게 된다. 북한의 상황도 마찬가지였는데 어느 날 북한의 림용수 대사(허준호)와 태준기 참사관(구교환)을 비롯한 북한 대사관 직원들이 구조를 요청하면서 탈출 계획이 시작된다. 소말리아의 한 표를 얻기 위해 계속 경쟁을 하고 있었지만 살아남는 문제를 앞두고 남한과 북한 대사관 직원들은 힘을 합쳐 이 난국을 헤쳐나가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한다.
이 이야기가 실화였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어 서로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뭉클하기도 하고, 그렇게 힘들게 노력해서 살아 돌아왔음에도 평온한 상태에서는 또다시 헤어져 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 남북관계를 고스란히 보여 주는 것 같았다.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 때 제작진들은 실제성을 살리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하여 증언들이나 자료들을 모아 영화 속에서 그대로 구현하려고 노력을 했다는데 그런 인터뷰를 보고 영화를 다시 보니 정말 얼마나 긴박한 상황에서 간절하게 탈출을 염원했는지 알 수 있었다. 영화 찍을 당시에는 소말리아가 여행금지 국가여서 최대한 모가디슈와 비슷한 곳을 찾으려고 노력하다가 모로코의 '에사우이라'에서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 그런 제작진의 노력 덕분에 영화를 더 실감 나게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내전의 한가운데에 있는 느낌으로 그 긴장감이 잘 전달이 되었던 것 같다.
탈출, 그 후에는?
안전한 제 3국으로 나오기 전까지는 실제 사건이기 때문에 이미 결말을 다 알면서도 손에 땀이 날 정도로 무사히 탈출하기를 바라면서 봤다. 드디어 안전한 땅에 착륙을 했을 때, 함께 탈출했다는 기쁨도 잠시, 다시 말을 섞어서는 안 되는 관계로 돌아와 버렸다. 혹시나 한국에 도움을 요청한 북한 직원들이 북한에 가 문제가 생길까 봐 비행기 안에서 급하게 마지막 인사를 하고 따로따로 나가 따로따로 버스를 탄다. 돌아보고 싶지만 돌아볼 수 없다. 비행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다시 적이 되었기 때문에. 마지막 장면마저 너무 현실적이라 이 영화가 더 와닿았던 것 같다. 먼 훗날 언젠가는 한국과 북한이 꼭 통일을 하는 게 아니더라도 사이가 지금보다 더 좋아진다면 이런 영화를 보면서 이랬던 때도 있었어? 하고 놀라게 될 것 같은데, 그런 날이 곧 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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