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다음 영화
바스러져가던 조선의 마지막 황제, 고종의 딸 덕혜옹주
한국의 근현대에서 고종은 무능한 왕으로 평가받는 때가 많지만 망국의 흐름 속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을 다 했으나 끝내 나라가 망하는 걸 막지 못했다고 보는 평가들도 있다. 하나의 나라가 일제의 침략으로 망했다는 것도 너무 가슴 아픈 역사이고, 한국이 대한제국의 멸망과 함께 왕이 있던 나라에서 시민의 나라로 바뀌게 된 변화가 크기도 하여 이때의 역사에 관심이 있었다. 사실 이승만 정부가 왕가를 인정했다면 좋고 나쁨을 떠나 상징적으로라도 왕이 있는 나라가 되었을지도 모르지만, 이승만 정부가 민심을 잃을까 봐 왕가 후손들의 입국을 막아 덕혜옹주나 다른 분들도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렇게 강하게 자리잡지 못한 것 같다. 황제셨던 고종황제와 그 뒤를 이은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 순종에 대한 자료들은 제법 있지만, 덕혜옹주에 대해서는 소설 [덕혜옹주]를 먼저 읽고 덕혜옹주의 기구한 인생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 영화로 만든다고 했을 때 관심이 생겨 개봉하자마자 가서 보았던 것 같다. 일제 치하의 조선에서 태어나 일평생 어느 곳에도 몸과 마음을 붙이고 살 수 없었고 끝내 힘들게 삶을 마감해야 했던 덕혜옹주의 이야기는 정말 말 그대로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내가 있을 곳은 어디인가?
덕혜옹주(손예진)는 고종황제(백윤식)와 양귀비(박주미) 사이의 고명딸로 고종황제가 환갑을 맞이하던 때에 태어났다. 환갑에 맞은 딸이라니 얼마나 예뻤을까. 고종은 덕수궁에 덕혜옹주를 위한 유치원도 만들어 주고 아주 귀히 여겼다 한다. 덕혜옹주는 고종의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는데, 일제는 덕혜옹주를 인질 삼아 일본으로 보내고 싶어 했고, 고종은 덕혜옹주의 친구인 장한(박해일)과 덕혜옹주를 혼인을 시키려 하지만 일제에 의해 독살을 당하면서 무산되고 만다. 덕혜옹주의 인생은 1919년 고종황제가 승하한 후 완전히 바뀌게 된다. 일제는 백성들의 존경을 받고 구심점이 될 수 있는 황실을 해체하고자 덕혜옹주를 강제로 일본에 보낸다. 덕혜옹주는 일본에서도 암살당할까 봐 끊임없이 두려워 하며 물 한 잔을 마실 때도 자신의 물병을 들고 다니며 매사 조심하려고 하며 고국을 끝없이 그리워하고 불안하게 살아가던 중 일본에서 장한을 다시 만나게 된다. 장한은 독립운동을 하고 있었고 영친왕 망명 작전을 추진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작전은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덕혜옹주는 일본의 백작인 소 다케유키(김재욱)와 정략결혼을 하게 되는데 덕혜옹주를 가엽게 여긴 소 다케유키는 인간적으로 덕혜옹주를 대하려고 하나 덕혜옹주가 마음을 둘 곳은 없었다. 마음의 병을 얻은 덕혜옹주는 딸 하나를 낳고 살아가다 일본이 전쟁에서 패했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겠다는 희망에 기뻐한다. 그러나 딸과 함께 공항을 찾은 덕혜옹주의 입국은 거부되고 덕혜옹주는 폐인이 되어 정신병원에 입원을 하게 된다. 장한은 덕혜옹주가 귀국할 수 있도록 정부를 설득하여 정신병원에서 덕혜옹주를 데려온다. 공항에서 덕혜옹주는 마중 나온 황실의 유모를 만나 눈물을 흘리며 재회한다. 덕혜옹주가 이제는 관광지가 되어버린 덕수궁에 가 고종과 양귀비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이 영화는 마무리가 된다.
나라와 운명을 같이 한 기구한 삶
대한제국의 옹주로서 덕혜옹주의 인생은 나라와 함께였다. 일제의 만행은 하나하나 나열하자면 끝없을 정도이고 그간의 역사 교육을 통해 많이 알려진 바이나 덕혜옹주의 개인적인 인생에 대해 조명을 한 책이나 영화는 처음이어서 더 몰입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자신이 살고자 한 대로 살 수 없었던 삶 자체도 서글프지만 태어난 나라와 가족과 강제로 떨어져 언제 암살당하거나 이용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사는 삶은 정말 1분도 마음 놓고 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영화 중간에 덕혜옹주가 조선에서 온 사람들이 일하는 곳에서 연설을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힘들어도 내가 이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깨닫고 힘을 내 연설을 하려고 했던 장면에서도 눈물이 났다. 힘이 되어 주고 싶은데 실질적으로 본인의 인생도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덕혜옹주에게 얼마나 큰 아픔이었을까. 결국 정신적으로 병을 얻고, 그나마 인생에서 위안이 되었던 딸도 잃게 되고, 정신병원까지 가게 된 그 인생이 너무나도 처연하고 슬프다. 끝에 한국땅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어 다행이지만, 시대가 바뀌어 뛰어놀던 곳이 관광지가 된 곳을 보았을 때 돌아와서도 마음이 편하지만은 않았을 것 같다. 하늘에서는 평안한 삶을 사시길 바라며 덕혜옹주뿐만 아니라 다른 왕자나 군, 공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알려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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