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을 기억하나요?
요즘도 그런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나의 학창 시절엔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다.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련한 것이 첫사랑이라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렇게 절절한 첫사랑을 해 본 적이 없다. 좋아하는 사람이 없었던 것은 아닌데, 막 내가 저 사람을 좋아해도 사귀고 싶다기보다는 동경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래서 뭔가 적극적으로 해 보려고 하지도 않고, 여자 친구가 있어도 그냥 그러려니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덕질의 영향인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첫사랑 이야기를 들어도 별 감흥이 없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왜 사람들이 첫사랑에 대해 그렇게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해서인지 몽글몽글하면서도 절절한 마음이 와닿았던 것 같다. 이 영화는 손예진, 조승우 등 연기를 잘하는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것으로도 유명했지만 ost로도 유명한데 자전거 탄 풍경의 '너에게 난 나에게 넌' 이 노래가 특히 좋았다. 지금도 이 노래를 들으면 손예진이 비를 맞으면서 뛰어가는 명장면이 머릿속에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 영화는 누적 관객이 18,973명이었고 2003년 2회 대한민국 영화 대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배우 손예진은 2003년 대종상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는데 이 영화를 보고 손예진이 정말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러닝타임이 132분이어서 다소 긴 편인데 어머니와 딸의 이야기가 교차로 나와 지루한 줄 모르고 보았던 영화이다.
우연히 다가온 안타까운 사랑
대학생 지혜(손예진)와 친구 수경(이주은)은 연극반 선배 상민(조인성)을 좋아한다. 상민을 바라만 보던 지혜와 달리 적극적인 수경은 지혜에게 상민에게 편지를 보내고 싶다고 대필을 해 달라 한다. 지혜는 자신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대필해 주고 그 편지로 인해 수경과 상민이 가까워지게 된다. 지혜는 괜히 마음이 불편하여 상민을 멀리 하려고 하지만 우연히 계속 상민과 마주치게 된다. 한편, 지혜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엄마인 주희와 단둘이 살고 있는데 우연히 집을 청소하다가 엄마의 비밀 상자를 발견하게 된다. 그 상자에서 엄마의 비밀스럽고 안타까운 사랑에 대해 알게 된다.
1968년 여름, 방학이 되어 시골 삼촌댁에 간 준하(조승우)는 그곳에서 주희(손예진)를 만나 한눈에 반한다. 주희는 준하에게 귀신이 나오는 무서운 집에 같이 가줄 것을 부탁하고, 준하는 기뻐하며 주희를 만나러 간다. 그런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배가 떠내려가 버려 귀가가 늦어지고, 주희는 어른들께 크게 혼나고 수원으로 보내진다. 준하는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이 방학을 보내고 돌아오는데 친구 태수에게 연애편지를 대필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편지를 보내려는 상대가 주희라는 사실에 깜짝 놀라지만 태수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편지를 쓴다.
지혜는 자신과 비슷한 엄마의 사랑 이야기에 묘함을 느끼고 한편으로는 상민에 대한 마음이 더 커져 간다. 하지만 이미 친구의 애인이 되었으므로 포기하기로 하지만 운명은 지혜를 다른 길로 이끌어나간다. 과연 주희의 사랑은 어떻게 된 것일까? 지혜와 상민은 어떻게 될 것인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한다는 기적
사실 생각해 보면 연애나 결혼이나 내가 좋아하는 사람도 나를 좋아해서 그 관계가 성립된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 같다. 이렇게 많은 세상 사람 속에서 두 사람의 마음이 맞는다는 것은 참 축복할 만한 일인데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생각지 못한 삼각관계 같은 복잡한 관계가 생기기도 한다. 결국은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도 있어 더 안타까움이 느껴지고 그렇게 해서 이루지 못한 첫사랑은 평생 마음에 안고 살게 될 것 같다. 새삼 모든 사람들이 이런 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고 평생을 함께 한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사람 마음이 내 마음이어도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것도 다시금 느끼게 된다.
이 영화의 명장면은 지혜가 상민의 마음을 깨닫고 비를 맞으며 상민에게로 뛰어가는 장면이 아닐까 하는데 상민은 수경과 뭔가 잘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상민 역시 지혜에게 더 끌림을 느끼고 있었고 지혜가 우연처럼 느끼게끔 살며시 다가갔다. 상민이 윗옷을 우산 삼아 도서관까지 데려다 준 것이 사실은 우연이 아니라 상민의 마음이라는 것을 느꼈을 때 정말 그동안 마음고생한 것이 싹 사라지고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쁨을 느꼈을 것 같다. 뭔가 첫사랑과 짝사랑의 느낌을 오랜만에 다시 느껴 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 만한 영화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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