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다음 영화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한국에서 역사를 배운 사람이라면 이 말을 모두 들어봤을 것 같다. 이순신 장군이 싸우다가 전사하며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라고 하는데 죽을 때까지도 오직 아군의 승리만을 생각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이순신 장군은 위인전에서 꼭 빠지지 않고 거북선을 만든 분으로도 유명한데 일 때문에 전쟁기념관에 갈 일이 자주 있어 의도치 않게 거북선을 자주 보게 된다. 거북의 입 모양에서는 화포가 나오고 거북의 등은 뾰족한 철바늘로 덮어 적군이 올라올 수 없게 했다는 것이 거북선 설명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이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한 가지 더 놀라운 거북선의 변신을 보여 준다.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라고 하면 또 하나 유명한 것이 학익진인데, 학이 날개를 편 것처럼 군사를 배치하여 적을 가운데로 유인한 후 양쪽에서 포위하여 공격하는 전투 방법이다. 아마 전쟁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더 자세하게 알 것 같지만 이 정도의 지식만 가지고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이미 역사가 스포이기 때문에 결말이 궁금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한산대첩을 준비하며 고뇌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순신 장군 외의 다른 인물들에 대해 알게 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전투신이 기대되어 4d로 보려고 먼 영화관까지 찾아가서 봤는데 생각보다 4d 효과는 크지 않아 아쉬운 면이 있었다.
바다 위에 성을 쌓아라!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장군 3부작 영화 프로젝트를 준비하며 한산해전에서는 지혜로운 장수의 모습을, 명량해전에서는 용감한 장수의 모습을, 노량해전에서는 현명한 장수의 모습을 가진 이순신 장군을 보여 주고 싶었다고 하였다. 이 전작인 <명량>에서 어느 정도 나이가 든 후의 이순신 장군의 더 깊어진 고뇌를 보여 주고자 했다면, <한산:용의 출현>에서는 그보다 더 젊은 시절의 이순신의 고뇌와 리더십을 보여 주고자 한 것 같다.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이후 조선은 15일 만에 한양을 빼앗기며 위기에 처한다. 왜군은 조선을 진입로로 명나라를 침략하려는 목적으로 부산포로 병력을 모은다. 선조마저 의주로 파천하여 국가의 위기가 더해진 가운데 이순신(박해일)은 왜구를 막고자 여러모로 고심을 하며 출전을 준비한다. 이미 거북선은 완성된 상태이지만 이전 전투에서 큰 손상을 입어 거북선을 가지고 출정을 할 수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에 도면도 왜국의 스파이가 훔쳐가 수심이 깊어진다. 왜군은 계속 승리를 하며 한산도 앞바다로 쳐들어오고 이순신 장군은 여기에선 꼭 왜군을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전술을 고심한다. 그 끝에 학익진을 생각해 내고 각각의 위치에 믿을 수 있는 장군들을 배치하며 전쟁을 준비한다. 1592년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의 해군과 와키자카(변요한)가 이끄는 일본의 해군이 전투를 벌인다.
장수이기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이순신의 고뇌
사실 역사적으로만 봐도 이순신 장군의 고뇌가 얼마나 깊었을지는 충분히 이해가 가고도 남는다. 계속 왜군에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왜군의 전쟁보급품이 지나갈 수 있는 길도 끊어야 하고, 해상으로 쳐들어오는 왜군도 막아야 하는데 일본은 섬나라니까 해전에 능할 것이고, 병력이나 무기도 전쟁을 준비해 왔던 만큼 조선보다 상황이 나았을 것이다. 전략적인 것이라고 한다고 쳐도 나라의 왕도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얼마나 그 고뇌가 컸을까. 또한 정직하고 열심히 사는 사람 옆엔 늘 시기하고 반대하는 사람이 있듯이 모든 사람이 자신과 뜻이 같은 것도 아니다. 이 영화에서는 전쟁에서 이기는 것도 문제지만, 어떻게 주변 사람들과 화합하여 한 뜻으로 전쟁을 이겨 나가는지에도 초점을 둔 것 같다. 게다가 거북선도 출정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하는 판국에 거북선을 수리하는 사람 또한 오랜 시간 고민하여 왜군이 생각지 못한 부분을 개발해 내기도 하였고, 군사들이 위에서 싸우는 동안 거북선을 움직이기 위해 아래에서 수없이 노를 저은 사람들도 있었다. 이순신 장군이 앞장서서 승리로 이끌었지만 사실 그 곁에는 이름이 다 밝혀지지도 않은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이 있었고, 육지에서 또 왜군을 물리치기 위해 싸웠던 사람도 조명을 하여 얼마나 우리 선조들이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는지를 새삼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영화 초반에는 이순신 장군이 너무나 말이 없어 조금 답답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전쟁을 책임지고 있는 장수로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필요했겠지만 부하나 동료 장수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실제 이순신 장군의 성격도 과묵하다고는 보았으나 영화적 연출이 더 들어간 것인지 실제로도 그랬을 것인지 좀 궁금하기는 했다. 세 번째 작품도 준비되고 있다고 들었는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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