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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겨울을 불러온 그 날. 1212를 말하다 <서울의 봄>

yumyum0108 2024. 1. 8. 19:51

이미지 출처: 다음 영화

 

2023년 11월 22일에 개봉한 시대극, 드라마, 스릴러, 느와르, 액션, 정치 장르의 한국 영화로 12세이상 관람가 영화이다. 러닝타임은 141분이었고 1월 8일 현재 관객수가 12,538,566명으로 천만 관객을 달성한 영화이다. 김성수 감독에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박해준, 김성균 등의 배우들이 출연하였으며 한국의 12.12 군사반란을 주요 소재로 한 실화 바탕 영화이다. 

 

영화의 후반부로 갈수록 빨라지는 심장 박동

 사실 그동안 영화를 안 보고 살았던 것은 아니었는데 작년 한 해 많은 일이 있어 포스팅을 꾸준히 하지 못했다. <서울의 봄>도 개봉 전부터 기대가 많이 되었지만 먹고 사느라 바빠 남들 다 보고 나서 뒤늦게 보게 되었다. 실화 바탕 영화라면 꼭 극장에 가서 보는 나인데, 현대사를 다룬 작품이라 더 기대가 되었다. <그때 그 사람들>, <남산의 부장들>도 재미있게 보고 관련 사실을 찾아 보았었는데 이번 영화는 거기에 이어지는 영화이기도 하고 하도 인기가 많아 보기 전에 유튜브나 인터넷 검색으로 좀 찾아보고 갔다. 후기들을 보니 정말 분노가 차올라서 심장 박동이 빨라져 심장 박동 챌린지까지 생겼다길래 더더욱 기대가 되긴 하였다. 사실 나는 친척분들이 광주에 많이 계셔서 5.18에 대해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다. 명절에 광주에 갔을 때는 전일빌딩을 보고 오기도 하였는데 '전일빌딩 245'의 '245'가 무엇인지 물어보았다가 신군부가 전일빌딩으로 피신한 시민들을 상대로 헬기를 동원해서 총을 쏜 자국의 수라는 말을 듣고 정말 참담하기 그지없었다. 학교에서 역사 교육으로 5.18에 대해 배우고, 영상을 볼 때도 분노가 일었지만 빌딩 안에서 사람들이 크게 피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헬기까지 동원해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총을 쐈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이념 갈등으로 인해 발발한 6.25 전쟁도 너무 참혹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었지만 권력에 대한 욕심으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자국 국민들을 무참히 살해한 것은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만행은 5.18뿐만 아니라 재임 기간 내내 끊임없이 자행됐는데 그 시작이 12.12였으니 이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았던 것은 당연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영화에서 좋았던 것은 분노도 하고 울기도 했지만 정말 나라를 위해 애쓴 분들이 누군지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 친일파 문제도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하나회 일원들은 떵떵거리고 살고 한 자리 다 차지한 반면 장태완 장군 같은 분들은 힘든 시간을 많이 겪어 안타까웠다. 한국의 정치사에서 전 대통령들이 전두환, 노태우를 사면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있었겠지만 노태우 전 대통령은 그래도 말년에 좀 반성하는 말을 했고 추징금도 갚은 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은 그렇지 않았기에 분노가 더 느껴지는 것 같다.

 

1979년 12월 12일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뀐 날.

 10월 26일 영원히 독재를 할 것 같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믿었던 측근 김재규에 의해 살해당한다. 독재 정권에 지쳐 있던 국민들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대한민국에 민주주의가 오는가 기대하였는데 전두광(황정민 분)의 등장으로 그 희망은 물거품이 된다. 전두광 보안사령관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여긴 육군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 분)는 전두광을 동해경비사령부로 보내 힘을 쓰지 못하게 만들려고 한다. 그러나 전두광은 이미 군 내에 여러 귀를 가지고 있어 이를 알아채고 자신이 권력을 갖고자 한다. 먼저 육군참모총장 정상호를 납치하려고 하는데 이 납치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중요 인물 셋, 즉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소장(정우성 분), 육군특수전사령관 공수혁 소장(정만식  분), 육군 헌병감 김준엽 준장(김성균 분)이 거사 당일 방해가 되지 않도록 전두광의 생일 잔치를 한다는 명목으로 세 사람을 한 곳에 모아둔다. 그 와중에 또 명분 없는 하극상처럼 보이고 싶지는 않아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당시 그 자리에 정상호가 있었다는 사실을 내세워 대통령 최한규(정동환 분)에게 가 정상호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와 관련이 있다고 우기며 체포를 허가해 달라고 한다. 대통령 최한규는 오국상 국방장관(김의성 분)의 허가 없이는 안 된다고 버티는데 국방장관은 육군참모총장이 납치된 것을 보고 가족들을 도망시키고 자신도 미군쪽으로 도망을 가 버린다. 전두광은 국방장관을 찾지만 찾지 못하고, 육군참모총장이 납치된 것을 알게 된 세 사람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와 육군참모총장을 구하는 동시에 전두광의 반란을 저지하려고 하는데 전두광의 거짓말과 그런 거짓말과 회유에 넘어간 다른 장군들의 비협조로 전두광이 권력을 잡게 된다. 국방장관도 결국엔 전두광 쪽에 붙어 대통령 최한규는 사후 결제를 하게 된다. 

 

없어지지 않은 하나회

 전두광이 이런 군사 반란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하나회라는 군 사조직의 영향이 컸는데 실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도 그랬다고 알려져 있지만 전두광도 자신의 사람은 확실히 챙기는 모습을 보여 준다. 따라서 전두광 옆에 붙어 있으면 한 자리씩 차지하고 부귀영화를 누릴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군인으로서의 신의나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보다 전두광에 대한 의리와 복종을 새기며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한다. 영화에 나온 인물들이 실제 누구였는지, 이 사건 뒤로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다룬 자료들을 찾아 보았는데 극중 이태신 장군이라고 나온 장태완 장군만 해도 몇 년간 감옥 살이를 하였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가 술을 드시다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들은 수재로 서울대에 다니던 학생이었는데 어느 날 나가 집에 돌아오지 않고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특정사령관 공수혁의 실제 인물인 정병주 장군도 고초를 겪고 12.12 반란의 진실에 대해 알리고자 노력하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행방불명이 되었고 꽤 시간이 지난 후에 시신으로 발견된다. 정병주 장군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서 싸우다 전사한 김오랑 소령(극 중 정해인 분)의 경우 아내 분이 죽음의 진상을 밝히려고 노력하셨는데 아내 분 역시 실족사라고 결론은 났지만 어딘가 석연찮은 죽음을 맞이하셨다. 이와 비교하면 군사 반란을 이끈 하나회 일원들은 높은 자리를 차지하기도 하고 많은 부를 누리기도 하였고 아직도 존재하고 있다. 현대사에서 이런 역사를 깨끗하게 정리할 수 없었다는 것이 한계로 보이기도 하지만 이제라도 이런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현대사에 더 관심을 갖게 되어 다행인 것 같다. 자신의 권력을 위해 많은 사람들을 짓밟고 살해한 전두광과 하나회의 악행은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